세벌식 키보드 10개월 쓴 후기입니다
게시글 주소: https://d.orbi.kr/00020679101
안녕하세요 블록체인 글도 쓰다말고 술 글도 쓰다만 게으름벵이 개발자입니다. https://orbi.kr/00016791211 로 2018년 3월부터 세벌식을 쓰겠다 했는데 벌써 1년 가까이 됐네요. 이제 세벌식 쓸줄 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가 돼서 나름 후기글을 써봅니다.
쓰고나니 기네요 ㄷㄷ 그래도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사실 전...변태입니다(?)
사실 전 영문 키보드도 쿼티를 쓰지 않습니다. 콜맥이라는 걸 쓴 지 몇년 됐네요. 타자기 꼬이지 말라고 일부러 느리게 만든, 피로한 쿼티가 싫었는데 드보락은 뭔가 너무 모든게 휘저어지는 느낌이라 맘에 안들던 차에 콜맥이라는 게 있단 걸 알고 이걸 썼습니다. 한달정도 연습하니 적당히 쓸만해지고 3개월정도 쓰니 익숙해지더라고요. 1:1 매칭을 머릿속에서 돌리면서 타자를 연습하면 됩니다. (대신 쿼티를 까먹어서 남의 컴 쓰면 되려 타자가 느려지고 오타가 많아짐 ㅋㅋ)
그래서 한글도 세벌식을 써보고 싶어졌어요. 네 큰 실수였죠. 세벌식은 종류가 매우 많아요 390 391 최종 순아래 등등.. 심지어 새로 개발중인 세벌식도 있습니다. 전 2017년에 새로 나온 세벌식 모아치기 e-2017 (세모이 2017) 자판을 선택했습니다. 여러 세벌식을 연구하신 분이 만들었고 몇번의 개선/수정을 거쳐 나온 버전이기 때문에 + 모아치기가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 피로도가 적은 테스트 결과 때문에 이걸 골랐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 적응기
처음에는 글쇠 위치조차 머리에서 떠올리기 힘들더라구요. 영문의 1:1 매칭과 자모음->초중종성 변환은 작업 난이도의 차이가 제 예상보다 10배쯤 심했던 것 같아요. 연습 초기에는 10분정도 타자 치면 머리가 과부하걸리는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두벌식으로 치면 금방 끝날 걸 붙들고 있다는게 진짜 열받습니다(쉬운 길 생각은 항상 나게 마련입니다. 콜맥 초기에도 그랬어요). 한달쯤 하다가 사실상 포기했었습니다.
6월쯤 되니 뭔가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콜맥에 쓴 2배인 6개월만 더 하고 안되면 말자는 생각으로 컴 입력방식에서 두벌식을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고통의 나날들을 보냈죠. 급하게 글 쓸 때는 폰으로 써가며 살았습니다. 엄지 두개보다 10배나 느린 열손가락... 그렇게 3개월쯤 쓰니 적당히(어디까지나 적당히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두벌식이 더 빨라요) 쓸만하더군요. 그래서 열심히 쓰다가 12월부터년 모아치기를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영상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한 글자를 이루는 초중종성을 동시에 눌러서 한 타(?)에 한 글자씩 입력하는 방식이 모아치기입니다. 세벌식만 가능하고, 속기사분들이 속기 키보드로 모아치기 하는 영상같은 걸 보면 놀라울 지경입니다(속기 키보드의 세벌식은 일반 세벌식과 또 다릅니다. 약어나 매크로가 많이 있어 한번에 10글자씩 칠 수도 있어요.). 자리는 다 아니까 쉬울 줄 알았는데 이게 또 손가락 힘 배분 문졔도 있고 입력 flushing 문제도 있어서 싱각보다 적응이 잘 안됩니다. 한번에 2~5개정도의 자리를 떠올려 눌러야 되는 것도 난이도에 한몫 하고 한번에 치려니 손가락 위치가 바뀌는 경우도 있네요. 어쨌든 본격적으로 쓴지 8개월쯤 된 지금은 두벌식 키가 헷갈리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 그래서 두벌식은?
흔히 근육기억이라 하죠 머리로는 어딘지 모르고 딱히 생각 안해도 몸이 자동으로 알아서 하는 그런거요. 제게 두벌식은 그런 존재가 됐습니다. 그리고 아마 점점 흐려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https://youtu.be/MFzDaBzBlL0 여기 보면 비슷한 걸 시도한 얘기가 나오는데요, 유명하니 아시는 분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 후반부에 보면 주인공이 다시 일반 자전거를 타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두벌식 키보드를 쓸 때 정확히 같은 일이 일어나요.
어디가 어딘지 무슨 키인지 전혀 모르고 이상한 키를 1분정도 막 누르면서 다 틀려요. 그러다 갑자기 짠 하고 두벌식이 잘 쳐집니다. 두벌식 배열을 떠올린 것도 아닌데요. 매번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제가 스스로 세벌식을 쓸줄 안다고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하나 재밌는건 폰으로 타자 칠때는 또 자연스레 두벌식을 안틀리고 써요. 가끔 세벌식이 머리에 지나가 방해하기는 하지만 머리에 폰용 메커니즘은 키보드 매커니즘과 양립할 수 있게 저장되고 사용되는 것 같아요.
# 추천?
콜맥에 대해서는 강력히 추천합니다. 특히 영어를 많이 쳐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이요. 키맵 바꾸고 피로도가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익숙해지니 속도는 쿼티랑 비슷하거나 더 빠른 것 같구요.
세벌식에 대해서는... 글쎄요 세벌식이 더 빠르다 하는데 저같은 초보는 당연히 아직 모르고, 피로도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안쓰던 근육으로 타자를 치려니(특히 모아치기) 힘은 더 드는 것 같아요. 시도할 가치는 있다 생각합니다만 콜맥처럼 만나는 모두에게 권하지는 못하겠어요. 일단 러닝커브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썼지만 기존 타자 속도 따라가려면 멀었으니 성질도 많이 납니다. 뭐 암호를 안걸어도 보안이 되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그냥 암호를 거세요 ㅋㅋ 다른사람이랑 같이 뭘 하기가 힘들어지는 것도 있구요. 뭐 이런 이유들로 인해 세별식은 충분히 숙고하고 공부하고 도전하시길 권합니다.
# 앞으로?
뭐 일단 목표는 세벌식을 빨리 치게 되는 거고, 그 다음으로는 잃어버린 쿼티와 두벌식을 되살려보고자 합니다. 그럼 4개의 키맵을 쓰게 되는거죠. 못할 건 없다 생각합니다만 그게 됐다고 글 쓸 날이 언제 올 지는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그럼 다들 입시에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며, 조만간 컴퓨터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쉬울 게 없어서 그런가 우리는 컴공만 아니면 3.0만 넘기면 거의 다 된다는데...
-
써보고싶다
-
강민철t가 한 말 중에 공감되는게 확실히 사설 독서는 괜찮은데 문학이 평가원이랑...
-
트라우마 샹길거같음 어려운문제가 아닌데 못풀어서.. 오늘 수학 푸는데 자꾸 떠올라서 미치겟다 쪽팔려
-
도서관으로!!
-
흡연하는데 1
수능냄새나네 킁카
-
물1 다 까먹음 2
-
아수라 중간합류 0
아수라 중간 합류 하신분들 총정리 과제는 어캐 하셨나유
-
포기를 넘어서서 그냥 아무생각 자체를 안하고싶음 전원버튼 꺼버리고싶네 여태까지...
-
국어 노베 기준 4
-
자꾸 해설지에서 a와 전체평균이 같으니 bc평균이 14다 이걸로 푸는데 이거 싫고...
-
하지만 버텼죠?
-
아직 안 왔는데 어제 시킨 건 오늘 왔네… 사흘 전에 시킨 교재가 중요한데.. 강탈당했나
-
ㄹㅈㄷ네
-
덕분에 5점상승 기모찌하다해야하나 ㅈㄴ빡치네이거 역설적인감정이 드는구만
-
언어가 편의성이 좋네 같은 한국말맞나
-
공부하기 ㅈㄴ싫어지네 이거땜에 집갔다올수도없고 걍탈주할까
-
9평 수학2 영어2 경제1 이면 그래도 목표라인대에서 특출나진 않더라도 평타이상은...
-
점수떨어졋는데 영어공부도해야해? 하 주황색 워마꺼내야해?
-
사람들 최저 못 맞추면 웃길듯ㅋㅋ
-
이건 취향임?
-
그냥 그 지역의사제 실시해서 그 지역의사 할 사람 뽑눈다고 하면 나 수도권 사람인데...
-
[물2러의 물1 이야기] 물1에서 용수철 단진동이 등장하기 힘든 이유 2
안녕하세요.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러 왔습니다. 물1의 n제나 각종 모의고사들을...
-
물리잘하고싶어요 7
우으으....!!
-
협문>전화기 이정도인가 오르비보면 연고 내에서 체인지하시는 분들 좀 봐서 놀람 복전 전과 안되나
-
그립습니다 0
텐공..
-
공부 시로시로
-
에바임? ㅈㄱㄴ 영어 할 시간은 꽤 많은 편,, 영어 17지문+순삽 강의 1강 듣는 중
-
(독강플) 모든 것[과학, 기술, 철학, 경제]의 역사 0
안녕하세요 독서 칼럼 쓰는 타르코프스키입니다. 의외로, 수능 독서에서 가장 많이...
-
9평 수학 확통 3등급 나왓구요 확통은 3단원을 아직 잘 몰라서 거기에 해당하는...
-
역시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한개쯤은 깨야지 성장하는건가 국어 독해법 갈아엎었는데 굉장히 맘에드네요
-
수능 공부를 안했어도 책 많이 읽는 얘들이 등급 높을 수도 있잖아
-
누군가가 호 언 장담 해주었으면 좋겠군
-
시즌 5는 2주차~7주차 있고 시즌 6은 현재 3주차까지 받았습니다
-
주제는 아무거나 괜찬슴니다
-
오랜만에 갈까하는데 추천 부탁
-
대가리 깨지는걸 경험해보고싶음
-
시발 다 인서울 대학 다니자나...
-
정신의병입니다. 6
안녕하세요
-
여성분들이 들러붙나요?
-
최근 3년동안 공황 증세와 조현병 증세가 있어서 계속 주기적으로 신경외과와 정신과...
-
나자신과. 10분동안 이감욕함 문제 졸라여렵노 ㅇㅈㄹ 잘못채점한건 나나였고ㅋㅋ
-
-.-. --.- -.. -.-. --.- -..
-
히라가나베이스에서 N2따려면 기간 얼마쯤 잡아야할까요? 대학생활 병행 기준..
-
사건은 일어날 것이고,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가자, 부동심의 경지로.
-
97점 5
누가97점인데 나와봐
-
미적러들 12
e 를 2로 쓰는 실수 어떻게 극복함? 문풀때 사고로 "이"라고 생각해서...
-
점수 개박았네 내가 못하는건가 ㅋㅋ
레벨무엇ㄷㄷ
글 재미있네요 ㅋㅋ
덕코인 떡상 가능??
ㄴㄴ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