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구조와 형식구조를 쉽게 표현하자면 각각 문단별구조, 문단간구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장 형식을 보고 어떻게 서술어가 사용되었는지를 보고 의미구조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문단간의 관계가 어떠한가, 지문이 초반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어떤 양상을 띠는가를 보고 형식구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대등병렬

만약 지문에 A와 B라는 친구가 등장했다면 우리는 바로 이 생각부터 해야합니다. '이 둘은 동등한 수준으로 중요한가, 아니면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한가' 만약 서로 다른 개념들이 여러개가 제시되었는데, 이들이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강조되면 이때 우리는 대등병렬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14학년도 6평 A형 냉전의 기원 지문은 대표적인 대등병렬 지문입니다. 냉전의 기원에 대한 3가지 이론이 등장했는데, 이 중 어느것 하나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합니다. 각자가 나름 한계를 골고루 가졌기에, 특별히 문제를 풀때 어느 것을 먼저 본다는 기준이 없었습니다.

특히 이 대등병렬의 형식에서 출제자가 선호하는 문제는 바로 '설명 바꿔치기'입니다. A,B,C에 대한 각각 설명 A',B',C'가 있다면 A와 C'를 연결시켜놓고 맞다고 우기는 식이죠. 대충 지문을 읽은 학생들은 분명 해당 설명이 지문에서 언급되었다는 사실에만 주목해서 맞는 말일 것이라는 상상을 하고 넘어가버립니다.

그것이 바로 출제자가 바라는 함장에 걸려든 것입니다. 대등병렬의 형식에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매칭이 중요합니다. 서로 설명이 완전히 뒤집혀서 나오는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었습니다.

6, 대조,대비

아까는 A와 B가 서로 동등한 중요성을 지녔지만, 서로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이 둘 중 어느 한쪽에 주목해야 합니다. 3가지 이상의 개념이나 사람이 나왔다고 모든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가치있고 눈여겨볼 쪽이 대비됩니다.

대등병렬은 여러번 설명을 해야할 정도로 중요한 개념이지만, 대조나 대비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차이점' 정도로 해석될 정도로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지문을 설명할 때도 대조나 대비라는 형식구조를 강조한다기 보다는, 그냥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고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17학년도 포퍼와 콰인의 논쟁 지문은 이렇게 중요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좋은 예시입니다.

딱 이 부분만 읽고 과연 포퍼와 콰인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할지 감이 잡히십니까? 먼저 포퍼가 제시되었고, 나중에 '하지만'으로 시작하며 콰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여러분에게 "여러분은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하는데, 하지만 공부가 뭔지는 잘 몰라요"라고 말했으면 이것은 칭찬입니까 비판입니까? 당연히 뒷부분이 훨씬 더 중요한 내용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지문에서도 콰인이 포퍼보다 더 중요한 쪽이었고, 콰인의 주장만 제대로 이해했으면 문제를 다 풀 수 있을 정도로 중요도에서 차이가 분명하게 존재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에 더 많은 집중력을 투자하는 것도 수능 국어를 대하는 매우 핵심적인 능력입니다.

13학년도 수능에서 이상기체 상태 방정식이 나왔습니다. 여기서는 실제기체와 이상기체 2가지가 등장합니다. 과연 어디가 더 중요했을까요?

이 지문에서는 이상 기체보다 실제 기체가 훨씬 더 중요했으며, 이 지문의 딸린 문제들 또한 모두 실제 기체를 중심으로 풀어야 더 빠르게 풀 수 있었습니다. 지문의 제목이 이상기체 상태방정식이라고 단순히 이상 기체가 실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지문을 읽고 분위기를 캐치해야합니다.

7. 통시성

흔히 문학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구조입니다. 17세기에서 18세기, 19세기로 넘어간다던지, 어떤 기술이 계속 발전해서 더 좋은 예술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던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뛰어난 과학적 이론이 현상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던지.

보통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기술이나 과학 이론이 발전하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그 기술의 '핵심적으로 발전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문제입니다.

예컨데 저는 과거에 독해를 잘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지문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높인 결과, 이제는 독해를 잘 합니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지문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는 능력'이 발전해서 결국 독해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입니다. 이것말고 실제 지문을 통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17학년도 9평 콘크리트 발전사 지문은 꽤 높은 난이도를 자랑했습니다.

콘크리트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었는데, 압축 강도와 인장 강도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콘크리트의 압축 강도는 큰 문제가 없는데 인장 강도가 약하다는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여 인장 강도가 개선된 철근 콘크리트가 새롭게 등장합니다.

따라서 콘크리트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하게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인장 강도의 개선입니다. 이게 어떻게 문제에 연결되었을까요?

인장 강도, 인장력을 언급한 선지는 3번과 4번이었는데 답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만약 지문을 읽고 인장력이 핵심이라는 것을 눈치챈 학생은 남들보다 더 빠르게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엇이 중점적으로 바뀌었고 개선되는지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8. 과정의 나열

보통 과정이 길게 나열되고 서술되면 정보량이 많아지기에 수험생에게 짜증을 유발하며, 이는 필자에게도 다를바 없습니다.

보통 현상과 원리에 결합되어 나타는데, 어떤 현상이 최종적으로 일어나기까지 구체적으로 그 단계를 서술하는 지문이 많습니다. 이렇게 길게 과정이 나열되면 우리는 뭘 봐야할까요?

만약 A->B->C->D->E->F 의 과정이 제시되어있다면, 이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한게 아닙니다. 어차피 다 중요하다고 말해도 우리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어서 모두 외울 수는 없습니다. 한정된 시간을 어디에 쏟아야 하겠습니까?

위 과정 중 우리가 눈여겨보아야할 부분은 바로 A와 F, 그리고 E입니다. 시작과 끝 부분이죠.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한다 하더라도 최초의 시발점과 끝의 완결은 반드시 머리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13학년도 9평 A형 산패 지문에서는 구체적으로 산패가 촉발되는 과정을 길게 나열했습니다. 여기에는 온갖 처음보는 종류의 단어가 등장했죠.

그런데 여기서 제가 머릿속에 담은 것은 첫 시작점으로 보이는 '알릴 라디칼',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하이드로퍼옥사이드'와 '알데히드(알코올)' 이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우선적으로 판별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느냐. 네, 문제를 풀때 직접 도움이 될 정도로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선지를 훑어보니 아까 제가 머릿속에 담은 단어들이 제시된 선지들이 보입니다. 이 문제의 정답이 3번이었는데, 3번을 보면 '알릴 라디칼'을 언급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부분은 산패의 첫 과정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길고 긴 과정이 제시되면 상대적으로 중요한 단계를 먼저 이해를 하고, 문제에 적용시키면 정답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유형에 대한 같은 풀이, 같은 구조에 대한 같은 사고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똑같은 문제를 어제 풀때는 이렇게 풀고, 오늘 풀때는 요렇게 풀면 안됩니다. 우리는 사고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