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쌤 [420950] · MS 2012 (수정됨) · 쪽지

2021-01-09 23: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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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천재들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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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까지 과학고 자퇴 후 


검정, 재수로 수능을 보는 학생들이 모이는 학원을 했었음



의대 때문에 나오는 애, 수능 빨리보고 싶은 애


유학 갔다와서 애매해진 경우


그냥 학교 다니기 싫었던 경우 등등 



나중에는 외고, 상위권 재수생들도 조금 씩 섞여서



학원 들어오면 서로 눈 못 마주치고 


숨 조용하게 쉬어야 하고


다리 떨거나, 펜 돌리면 집에 돌려 보내고..



1년에 모의 전과목 300회 보는 곳 





1.


잠 안 자는 애



매일 새벽 2시 반 학원 닫을 때 까지 공부하고 

(심야 교습법 전 강사 생활 때)


아침에 6시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와 있음 



나도 늘 수험가에서 학생들 갈아넣는거 봐 오면서도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싶었는데



얘는 쉬는시간 10분 불 끄면 


20초만에 코 골기 시작해서 10분 풀 숙면



세 끼니 밥 먹을 때도 


국에 말아서 5분 만에 후루룩 마시고



55분간 또 풀 숙면




결국 실제로 자는 시간은


다른 학생들 보다 더 많았을 것 같긴 하지만



실제로 보면 충격 공포였는데



수능 평소보다 살짝 망치고


지방 의대 갔다가 유학 테크



재 작년에 수업하는데 한 번 찾아와서


학생들한테 인증 하고 감




아직도 맨날 밤 새는데


자기는 종합병원 생활 힘든지 잘 모르겠다고 함. 밤샘 재능러





2. 


만년필 빌런



단과 나와서도 종종 보이는데 


볼펜으로 수학 푸는 애들이 있음




학원 첫날 와서 만년필로 풀고 있길래 


얘는 또 뭔가 싶었는데



자기는 안 틀리기 때문에 상관 없다고 함


(검정 주력 학원 하다보면 진짜 

별별 애들이 다 있음. 검정 비하 아님 나도 검정)



수학 눈으로 쭉 보다가 


머리 속으로 풀이 방향 잡고



만년필로 프린트 출력하듯이 


줄 맞춰서 착착착착 찍어 냄



시험지 보면 무슨 인쇄해 놓은거 같음


풀이가 그림, 그래프 하나 없이 EBS 해설지랑 싱크로율 100




3.


빨간 컴싸 빌런


작년 학생



고3인데 기안84 닮음


표정 존 똑



수학 책상에 엎드려서 


거의 누워서 품. 교실이 안방인 줄 



수업 하는데 보니까 빨간 컴싸로 풀고 있길래


미x놈인가 싶었다가



샤프 없는건가? 싶어서


내 샤프 꺼내서 옆에 놔주니까






아 자기 샤프 있다고 함


??




샤프 있는데 왜 빨간 컴싸로 풀어


물어보니 



그냥 필통에서 손 넣어서 


아무 펜 이나 잡히는거 꺼내 쓰는거



그날 잡히는 펜 집어서 푸는데 


그게 빨간 수성펜이였음




상 남자라 지우개도 필요 없이


틀리면 그냥 찍찍 긋고 밑에 풀고



나중에엔 책이 그냥 걸래짝




귀찮아서 숨은 어떻게 쉬고 사는지 궁금했는데 


안 어울리게 공부는 또 열심히 해서



6평 하나 틀리고 수능 도 잘 봄



여튼 올 해 얘 때문에 


얘네 반 웃겼음




4.


귀족 의자 빌런


이거 엄청 옛날에 오르비에도 글 쓴적 있을텐데 



학원 초창기 


내가 공부 환경. 시스템 구축에 꽂혀있을 때 쯤



그 중에서도


의자!! 가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이상한 집착 엄청 났었음 

샤프심 메이커랑 비타민. 보충제 종류까지 의무 지정)



학생 마다 입학 시 백화점 이랑 가구 단지가서 


의자 다 앉아보고 가장 완벽한 의자를 사오라고 했었는데


(한창 입학 빡세고 해괴한 입학 퀘스트 10개는 있었던듯..)




개강 날 보니까 학생 하나가


중세 왕 의자 같은걸 가져 옴



똥글똥글 장식 팔 걸이에 


빨간색 쿠션 있는거


(제일 좋은 의자 = 가장 비싼 의자로 생각한듯)




한 달 정도 열심히 앉아보더니


허리 아프다고 듀x백으로 다시 사옴



요즘 인터넷에도 비슷한 썰 돌아다니던데


그거 볼 때마다 같은 놈인가 싶음




5. 


체크 셔츠 빌런



우선 얘는 국어 속도에 능력치 몰빵



그 때 기본적을 


1년간 전 과목 1일 1회 모의 + 오답이 


기본 커리큘럼이었는데



국어 시험 볼 때마다 


매번 3~40분이면 다 풀어서 국어는 두 개씩 봤었음 



글을 읽는게 아니라 


지문 전체를 통째로 찍어서 읽는 느낌




근데 둘 다 매번 90점 안 넘음



1시간 20분 동안 2회분 합쳐 180점인데


하나를 봐도 90점 (얘 국어 때문에 고생) 




여튼 얘가 역대 예민 보스 끝판왕이었는데 



내가 종종 오르비에 올렸던 디테일 한 방법론 


반 정도는 얘 때문에 만들어진거  

  



파버 카스텔 이x그립플러스


샤프심 AI.. 0.7B 



시계 MQ24-7B 줄 빼서


책상 오른쪽 구석에 걸쳐두고 



수학 시험 몇 분에 어디 넘어갔다


언제 눈 감고 20초 심호흡 하고 

(옛날 옛적 얘기) 




여튼 하나 하나 다 실험. 시행착오 해 보고


완벽한 수험 환경 이데아가 구축되어야



그때 비로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그런 흔한 부류의 학생이었는데 







체크 셔츠 입고 6평 보러갔다가 


자기 체크 무늬에 어지러워져서 토하고 집에 옴





나도 그 셔츠 몇 번 봤는데



무늬 이거 

하운드 투스



그 다음 부터 학생 들 


시험 보러 갈 때



목 폴라, 체크 무늬 못 입게 함 



수면 양말에 슬리퍼 


목 넓은 녹색 파스텔톤 면 티



짚업 면 후드. 츄리닝 입고 가는걸로 바뀜





6.


검토 빌런



단과 나오고 거의 첫 해



그 해 그 반에 워낙 괴물 같은 애들이 많았어서


처음에는 잘 하는 거 티 안 났었는데



첫 주차 과제부터 플래너 사소한 것  


하나 하나 차근차근 교정해 나감  



처음에는 풀이도 교과 정석 자체였는데 


그 베이스 위에 수업 부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면서



조금 씩 속도 붙고 수험 양 엄청나지더니


3월 쯤 벌써 풀이가 완전체가 되어 감



1년간 매일 모의고사 2~3회 씩 오답하고 


플래너 안 빠뜨리고 했었는데



1년 동안 교육청 평가원


전 과목 다 합쳐서 8개 인가 틀림

(수학 7만점에 1시험 당 전과목 1~2개 꼴 

오르비에도 성적 몇 번 올렸었음)



서울대 의대 갔다가


작년 최석호 모의고사 감수 봐주고



어.. 쌤 쫌 어렵긴 한데 1등급 84 정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해서 믿고 그대로 인쇄했다 1컷 58





7. 


안 풀기 빌런



얘도 단과 나와 만난 학생 



펜 안 듬. 문제 안 품


수업 때도 무슨 영화 감상하시는 줄



문제집 보면 다 그냥 중간 까지 대충 휘갈겨 뒀는데 



왜 안푸냐고 물어보니까


풀다가 길 보이면 끝까지 푼거랑 같은거라고 함 



??



방향 만 잡고 이거랑 이거랑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는 


막 쐐기 문자같은거 그려놓고 끝이라 



책에 답 적힌 문제가 하나도 없음



잔소리 몇 번 해봤는데 


계산은 시험 볼 때만 하면 된다고 함



6평 박살 나고 정신 차렸는가 싶었는데 


9평은 또 잘 나나와서 요요현상 제대로 왔었음



아니나 다를까 수능 역대급으로 박살 났는대 


논술로 천하제일 논술 대회 뚫음



얘 보고 내가 현타 옴 될놈될 

 



8.


그래프 도형 빌런



얘도 작년 단과


내가 수업 떄 하도 뭐라 해서 애들도 알거 임ㅋㅋ



처음 왔을 때 5인가 6인가 그랬음 



그 단과 특유의 딱 부모님한테 끌려온 


억울한 송아지 느낌



근데 얘 수업 몇 번 듣더니 재미가 조금 붙었는지 


그림이랑 그래프 다루는 것들 하나 둘 흥미 보이기 시작



자기 재미있어보이는 


그림. 도형. 그래프 말고는 손 안댐



6월 쯤 되니까 


21 30은 막 붙잡고 푸는데 


시험 보면 계산 들어간 13 14 15 전멸 



21 30은 맞춰 오는 60점


7월 때 재수 선언 하더니



한달 남기고 정신차리고 


혼자 좀 해보고싶다고했었는데 아직 연락 없음


그래프랑 도형 기똥찼는데 많이 아쉬웠던 학생 중 하나 




9.


무한 발전 빌런


학원 아직 급식 없을 시절



밥 먹으러 갈 때 건물 문 앞부터 항상 전속력으로 뛰어나감


전속력으로 뛰어들어 옴



시간도 아끼고 체력도 증진하고 1석2라 함 ?




필기는 오른손인데 젓가락질은 왼쪽이길래 


양손잡이 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수술하는거 미리 연습하는거라 함 ㅋㅋ


미친놈 인 줄




시계 꺼꾸로 참


사소한 것도 항상 뇌를 자극해야한다고 



근데 공부는 안 함



자꾸 풀이 되새김질


이미지 트레이닝 한다면서 



수업 중간에 명상 (조는거 아님 진짜 명상)



나중엔 나까지 같이 미쳐버리는 줄 


메이저 의대 갔음




얘는 나중에 위인전 나오면 


내가 30페이지는 대신 써줄 수 있을 듯




10. 


내신 1.0 퍼펙트 빌런 



일반고 아니고 한창 피크찍을 시절 


8학군 역사상 거의 첫 평점 1.0이라고 들은 듯



중3 때 과고 준비로 잠깐 들어왔다가 정착 


겨울방학 2개월 간 



수1 수2 확통 미적 탐구 전 과목 몰아서 다 돌리고 


마더텅 기출 33회분 마친 뒤 고1 입학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미칠 것 같은게 눈에 보임



학원 들어오면 룰루랄라


이미 입이 귀에 걸려있음 집에 갈때면 시무룩



처음 왔을 때 그냥 애기 였어서 


표정이 다 보이는게 웃겼는데 



점수는 웃기지 않았음



학원 들어올 때는 골든 리트리버인데 


나갈 때는 한대 맞은 시츄 임ㅋㅋ



얘 언니도 초 재능러에 나중에 합류 해서 


같이 했었는데 



이때 내가 아프기 시작한 시즌이라 마지막에 누워서 수업하고


(3년 동안 혈관 코일 장치랑 수술 5번)


학생들 케어나 판단을 제대로 못했어서.. 



끝까지 같이 못했던 마지막 기수들



이때 기수는 아직도 생각하면 


다들 많이 고맙고 미안하고 그럼



학원 그만 두고 병원에 있을 때도 중간 중간 전화 해서 


상담 하고 했었는데 연락 끊겨서 



대학들 잘 갔는지 모르겠음





11. 입대 빌런


4수인가 그랬는데 뭐 연기를 잘못해서 울면서 중간에 군대 잡혀감..




12. 플스 빌런 


9평 전날에 플스 하다가 어머니가 플스 부셔서


싸우고 수능 원서 접수 안 함



얘도 군수 엔딩 




13. 클럽 빌런


이렇게 빡센 학원에서도 


놀놈은 놈



학원 마치면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고 


금요일 날에는 클럽 가야 함 





0.



특이 케이스 위주로 적기는 했지만 


8년 동안 의치한 급 친구들 중 



생각보다 대부분이 막 뭐가 뛰어나다기 보다


정말 무난하게 열심히 했던 것 같음




처음에는 눈에 띄는 재능들에 


와 뭐 이런애가 다있지 싶을때도 없는건 아닌데 



두어달 같이 생활해 보면

 

아 얘가 이렇게 만들어진거구나..



하고 납득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 




삶은 습관이 만든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 



사소한 행동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이면 그 사람이 됨




정말 악에 받쳐서 늘 마음에 멍 같은걸 달고 하는 친구도


열심히 성실하게 로봇 같았던 친구들도


공부하는게 즐거워 게임 중독같이? 하던 친구


혹은 엄마가 쥐 잡듯 평생 숨도 못쉬게 시킨 경우도 (많음 ㅋㅋ) 있지만



내 생각에 가장 많았던건  


그냥 공부하는 고통에 남들보다 무딘 경우가 


제일 컷던 것 같음 



그리고 이런 친구들이 결국 가장 멋있고 


어디서 뭘 해도 성공하는 듯









































백귀야행 가시고기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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