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축의금으로 받은 "4만 8천 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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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작년 5월, 모두의 축복속에서 결혼식을 올린 행복한 새댁입니다.
아직 새댁이란 말이 어색하지만 하루하루 '아.. 내가 정말 결혼을 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신랑과 알콩달콩 깨를 볶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점심시간마다 네이트 판을 읽으며 웃고, 울고, 화내다가 다시 웃고 하며 활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축의금' 과 관련해서 여러 글들이 많이 올라오더라구요
결혼한 입장에서 공감가는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정말 고맙고 소중한 기억이, 아니 추억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제가 글쓰는 재주가 참 없는지라 잘 전달될지도 모르겠고,
저와 신랑에게만 감동적인 이야길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러분들과 함께 이 추억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우선 저는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현재 담임을 맡고있어서 아이들이 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제 직업을 밝히지 않으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데 있어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을것같아서..
'뭐야? 요즘 교사들은 바쁘지도 않나, 정말 할 일 없나보네' 라고 생각하시기 보다는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 사람은 이 추억을 나누고 싶었구나' 라는 마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과는 달랐지만 대학 때 부터 절 유난히 따르던 여후배가 한명 있습니다.
동아리 후배로 들어와서 알게됬는데, 이거이거 참 사람이 보면볼수록 진국이네요^^*
둘이서 맛집도 많이 찾아다니고 유럽 배낭여행도 같이 다녀오고
정말 친하고 친동생보다 더 사랑스러운? 그런 친구에요.
다들 아시겠지만 교사가 되기위해선 임용고시에 붙어야합니다.
운이 좋았던지, 전 대학 졸업과 함께 합격을 했고 발령을 받았습니다. 칭찬해주세요.
아! 아무튼 같이 사범대를 다녔으니 이 아이도 임용고시에 붙어서 발령을 받아야 하지만
전공과목이 티오가 잘 나지않는 과목이라.. 공부를 열심히했지만 두번을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동생이 삼수를 준비하던 2012년,
저는 3년동안 제게 믿음과 사랑을 아낌없이 준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아끼고 좋아하는 동생이니만큼 웨딩촬영도 같이 하고 싶었고
같이 손도 잡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쇼핑도 하고싶었지만
삼수를 준비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동생에게 부담을 줄순 없어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자기는 아래로 동생 2명이 있어서 부모님이 티는 안내시지만 경제적으로 많이 버거우실 꺼라며
올해는 꼭 붙어야 한다면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부모님이 돈을 부쳐주셔도 다시 부모님 통장으로 돈을 부치곤 했습니다.
'좋은 알바자리를 구했다. 돈은 넉넉하니 걱정말아라. 동생들 학비에나 보태써라.' 라면서요.
하지만..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돈을 벌어봤자 얼마나 많이 벌겠어요.
공부할 시간도 모자른데.. 서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한달에 약 40만원으로 생활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한달 원룸비로 20여만원이 빠져나갈테고
도서관에 왔다갔다 하는 교통비를 생각하면 밥값이 남기나 하나? 하고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청첩장을 교통비와 함께 동봉해서 보냈습니다.
맛있는 밥이나 한끼 먹고 갔으면 해서요. 당연히 축의금은 기대하지도 않았었고 받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제 결혼식에 온 동생은 오랜만에 입은 정장이 어색하다며 수줍게 웃었었습니다.
그렇게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린 저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오고 며칠 뒤, 신랑과 함께 축의금 봉투를 정산하고 있던중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신랑이 울컥한 표정으로 왠 편지를 읽고 있더군요.
'뭐야? 무슨편진데 그런데?' 라고 물으며 편지를 받은 저는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편지에는 바로 이렇게 긴 글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언니 안녕? 나 ㅇㅇ야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언니가 드디어 오빠랑 결혼을 한다니까 믿기지가 않아
음 뭐랄까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기분이랄까?
으흐흐 언니가 비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그치만 뭔가 아쉽고 막 그래.. 이제는 같이 여행도 못가고, 찜질방에서 자지도 못하잖아
언니야 제멋대로 왜? 이러면서 예전처럼 굴려고 하겠지만!
결혼한 아줌마는 그러면 안돼~ 오빠가 나 미워할껄?
오빠가 나한테 살짝 말해준건데 자기는 최소 3명은 낳을꺼래
그러니까 언니는 나랑 외박하면 안돼! 아이 부끄럽다
있지 근데 나 언니랑 오빠한테 정말 미안해
둘다 일하느라 피곤하고 데이트 하기도 바쁠텐데도 자주자주 올라와서 챙겨줬잖아
그래서 정말 둘 결혼식만큼은 제대로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웨딩촬영도 같이 못해주고.. 축의금도 너무 적다 아고고
두사람이 나한테 해준것만큼의 몇만분의 1도 못해줘서 정말 미안
몇달동안 모은다고 모으긴 했는데.. 어제 너무 배가고파서 조금 써버렸어
에그 그거 하나 못참고 나도 참 돼지같다 안그래도 시험 준비하느라 살 쪘는데..
반성해야겠어! 정말 고맙고 내가 사랑하는 우리 언니야
다시한번 결혼 축하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신혼여행 잘 갔다오고
올해는 시험 꼭 붙어서 언니한테 받은거 다 보답할게. 사랑해
편지에는 저렇게 적혀있었고, 봉투에는 4만 8천 800원이 들어있었습니다.
분명히 이 돈을 모으겠다고 겁도 많은애가 밤에 버스대신 걸어다니고,
밥도 안먹고 굶었을꺼에요. 그런 아이니까.
그러다가 결혼식 전날 너무 배가고파 고작 천이백원짜리 무언가를 사먹었겠지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는 자기자신을 원망하면서요.
어떻게 모았을지 짐작도 가지않는 이 소중한 돈이
너무나도 고맙고 또 고마워서
차마 말로는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못해 눈이부신 이 마음이
과연 내가 받아도 되는건가.. 싶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사랑을 받는걸까..
혹시라도 밥을 먹이려고 청첩장을 보낸것이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간건 아닐까 후회되고 미안한마음에
신랑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아 질투나 우리 부인은 좋겠네~' 라고 옆에서 신랑이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렇게 저는 한참을 눈물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가 끝이 났네요.
텅 빈 집에서 혼자 판을 읽다가 옛 추억이 생각나서 글을 써봤습니다.
지금 그 동생은 시험에 합격했고 저와 같은 지역으로 발령이 나서 자주자주 얼굴을 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더더더 해주고 싶은게 많은데 오히려 절 챙겨주네요.
이럴때는 저보다 언니 같아요. 기집애.
이뻐, 몸매도 좋아, 착해, 예의범절도 좋아, 친화력도 좋아, 도대체 부족한게 뭐야? 에잇!
제가 참 복을 많이 받은것 같아요.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글이 조금 두서 없을수도 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이게 또 쓰다보니까 길어졌네요.
벌써 새벽 한시네요.
긴 글 읽어주신 모두들 좋은 꿈 꾸시고 일교차가 큰 요즘,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pann.nate.com/talk/318051775
공부에 지친 학생여러분들을 위해 가슴 따뜻한 이야기 ㅜㅜ 네이트판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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