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종T] 2016 수능 특강 문학 작품 감상하기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정현종)
게시글 주소: https://d.orbi.kr/0005946044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
그래 살아봐야지너도 나도 공이 되어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공처럼, 탄력의 나라의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지금의 네 모습처럼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안녕하세요~! 국어 강사 유대종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배울 작품은 정현종의 <떨어져도 뛰는 공처럼>입니다.
2015 연계 교재 중에 혹시 <들판이 적막하다>라는 시 기억나시나요? (N수생들만 대답하세요 ㅋㅋㅋ)
가을 햇볕에 공기에익는 벼에눈부신 것 천지인데,그런데,아, 들판이 적막하다―메뚜기가 없다!
오 이 불길한 고요―생명의 황금 고리가 끊어졌느니…… - 정현종, <들판이 적막하다>
눈부신 시각과는 달리 메뚜기의 소리가 끊어졌습니다.
이것은 생태계의 파괴(둥근 황금 고리=생태의 완전성, 그런데 이 황금 고리가 인간으로 말미암아 파괴됨)를 암시하네요.
이것을 불길하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생태를 걱정하는 시인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자연(생태)를 걱정하고 사랑한 정현종을 생태학적 에로스 시인이라고도 부릅니다.
근데 한 사람의 시인이 하나의 성향만 지닌 것은 아닙니다. 고은 시인만 보더라도, 존재 사유, 허무주의적 사유, 휴머니즘적 사유 등 스펙트럼이 넓은 주제를 다루는데요.
정현종 역시 그의 초기 시에서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그가 등단한 60년대는 4.19 혁명이 실패한 뒤 깔려진 일종의 허무주의와 더불어 자본주의로 인해 매몰되는 주체성의 상실의 시대였고 그렇기에 실존의 회복을 다룬 작품들이 다수 발간되었습니다.
정현종 선생님은 사실 연세대학교 철학과 출신이시고, 국문학 교수로 재직하신 분이십니다.
국문학을 전공하신 분이 아님에도 시인으로 교수를 하신 어마어마한 분이십니다.
즉, 그렇기에 시에 철학적 성찰이 많이 반영이 되더라고요~ ^^
얼핏보면 앞의 시와 관련 없어보여도,
인간의 실존도 죽음을 이겨내는 생명의 방식이며, 생태 역시 생명의 구성이라는 점에서 분명 그의 전기 시와 후기 시는 맥이 닿아 있답니다.
그럼 함께~ 보시죠!
제목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살겠다.) -> (물론 더 읽어봐야 알겠으나,) 지향하는 가치가 상승에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숙명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1연 -
그래 살아봐야지너도 나도 공이 되어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 만약 이 시의 시작이 <우리, 공이 되어 올라가자!> 였다면, 사뭇 느낌이 달랐겠죠?
이미 이 시의 화자는 너와 나(인간)를 은유하는 '공'은 결국 떨어질 수 밖(죽음과 소멸)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죽음의 한계 상황을 인식한 인간은 두 가지의 선택을 하게됩니다. 신을 버리고 현재를 즐기거나, 신에 순응하며 신을 의지하거나.
하지만 정현종은 이 두 가지보다는 방황하는 과정, 아니 살아가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시작을 '그래(장그래??? 농담이고,,,,, -> 그래 내가 다시 떨어질 것을 알지만), 살아봐야지.'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볼링공은 떨어져도 다시 안 튀어올라요. 지금 보고 계신 여러분들이 공이라고 생각해보세요. ㅋㅋㅋ굉장히 무거운 공이겠네요.
즉, 이 시에서 '떨어져도 튀는 공'은 가벼운 이미지를 환기합니다.
1연의 핵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숙명 속에서도 올라가려는 의지랍니다.
(참고) 정현종이 쓴 시 중에서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라는 시가 있어요.
사람이 풍경으로, 즉 인간이 사물화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공부하는 시에서도 너와 나(인간)이 공으로 사물화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참고로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연 -
살아봐야지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공처럼, 탄력의 나라의왕자처럼
: 1연의 1행의 내용이 2행에서 다시 반복 변주되고 있습니다.
'살아야지'라는 것과 '살아 봐야지'는 사뭇 다릅니다. '살아 본다.'에서 보조 동사 '보다'는 시행의 의미를 지닙니다.
즉, 한 번 살아 보겠다는 긍정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답니다. 1연의 '그래'라는 다소 체념적이었던 언어가 제거되어
더 강렬한 다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2연 2행의 공은 '쓰러지는 법'이 없습니다. 깃발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이잖아요.
인간도 쓰러지면 OTL아닌가요? 그러나 바닥에 있는 공은 쓰러져 있다는 말을 안하잖아요.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원의 이미지를 그렇게도 이 시인이 좋아했나봐요.
화자는 쓰러지지 않는 삶을 소원하는 것입니다.
2연 2행에서 3행은 의도적으로 행을 갈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시 '둥근'이라는 이미지와 '공'의 이미지를 잘 환기하고 있습니다.
2연 3행과 4행도 의도적으로 행을 갈면서 왕자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2연의 핵심은 쓰러지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는 다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공의 이미지 : 인간 존재 비유, 숙명과 의지를 상징 혹은 환유, 둥긂과 상승의 이미지, 쓰러지는 법이 없음
3연 - 가볍게 떠올라야지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 가볍게 떠오르고자 하는 상승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시인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바람, 춤, 공' 이 세 가지를 사랑한 시인이었습니다. 모두 가벼움과 상승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 세모나 네모보다는 둥긂이 더 톡 건드리면 움직일 것 같지 않나요. 원을 생각해보세요. 아래를 지탱하는 면이 작지요. 언제나 튀어오를 준비,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즉, 3연은 공처럼 비상하는 삶, 움직이는 삶을 희구하고 있습니다.
(참고) 상승, 하강 이미지는 2010년 수능에 <승무>라는 작품과 관련된 문제로 출제된 적이 있습니다. 흐르는 빛이 상승 이미지라고 드립을 쳐서 적절하지 않은 문제에 정답이었습니다. 그러니 상승 이미지, 하강 이미지는 꼭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관련지어, 정현종의 <음악가들>이라는 시를 한 번 보시죠.
몸속에
천둥이 구르고
마음은
폭풍,
위풍,
당당.
타이타닉!
불끈
불끈
일어서는
한 거인과
많은 거인들! - 음악가들[베토벤], 정현종 -
움직임의 이미지, 상승의 이미지로 탄성을 드러내고 있지요?!!
4연 - 옳지 최선의 꼴지금의 네 모습처럼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탄력의 나라의 왕자와 같은 공은, 화자에게 탄력이상의 탄성(감탄!)을 자아낸답니다.
옳지! 최선의 꼴(상승하면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쓰러지지도 않는 원의 꼴!)
지금의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찰나의 그 모습,
그러한 삶을 살고 싶은 화자의 희구(희망하고 바람)가 이 시에 들어있습니다.
반복이 제일 많이 된 부분이,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 이것이죠?
즉, 주제는 상승하고 움직이는 공과 같이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P.S 1차 세계 대전 중 한 장교에게 어떤 병사가 와서 소리쳤습니다.
"큰일났습니다. 저희 군대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포위를 당했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하죠?"
그 장교는 이렇게 말합니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포위되었으니,
우리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부러워 물론 내가 수학 안하는동안 겁나 노력해서 얻은 점수겠지만 쨌든 부럽다 수학...
-
바쁘신분은 17초부터
-
안에 자리 존나게많은데 냄새밴답시고 굳이 밖에 나와서 피는샠기들 레이저쏴서 모가지...
-
영어 2등급 4
1년 동안 꾸준히 죽어라 해도 4~5등급에서 2등급은 많이 힘든가요? 아니면 충분히...
-
위 같은 상황이라 할때, x축에서 움직이면서 (도선 사이에서만)전류에 의한 자기장의...
-
저 2~3등급 진동중 ㅅㅂ
-
다들 자니 3
ㅇ
-
쉬운 회차 > 30분 다 씀 어려운 회차 > 다 쓰고도 2문제 못 품 이거 고정...
-
사문 퀴즈 4
갑국에서 을국 이민자들에 의해 소개된 OO은 국교의 교리에 위배되는 재료가...
-
흠..
-
아님 말고
-
본론부터 말함. 서울, 경기, 한국 같은 높은 곳 말고 인과영, 대전, 대구 등...
-
딱 수능 일주일 전쯤 새벽, 커뮤 속 호기심에 들어가본 일반유저 예측글에서 나오는 법...(뇌피셜)
-
그래미는 ㅋㅋㅋ 5
노미도 개판났네
-
뭐하시고 계시고 언제 잘거에요!
-
님들급함 빨리 ㄱㄱ 14
롯데리아 양념감자 토핑추천좀 칠리?어니언?
-
N제랑은 또 다른 느낌이네
-
아니면 송의 사의화? 걍 느낌이 그럼 나만 그렇나
-
월,화에 국어 실모 치면 좋겠다고 김승리가 그러던데 치는게 맞을까요???
-
바람이불어 결빙의아버지 ㅇㅈ?
-
아파트 연계로 나온다니깐??
-
독서 궁예 0
사회: 우주 자원 소유와 관련한 논쟁 과학: 골딩햄의 음속 측정 or 기계학습...
-
물리 논리학 let's go
-
용산에서 총선 지고나서 물렀으면 해결됐는데 아직도 안 물러서 이젠 답이 없어졌음....
-
ㄹㅇㅋㅋ
-
ㅡ인문사회 : 채무의 변제 or 동조현상 ㅡ과학기술 : 전도띠 ㅡ(가)(나)...
-
제일 자신있는 주제임
-
수학공부량보다 국어공부량을 더 늘려야된다던데 맞나요???
-
생명 3 목표면 버려도 되는 문제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0
버려도 되는 문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말그대로 2026 수특 표지뜸 다 좃같이생김 그래서 풀기실타…쉽바 예비고3들아...
-
글이 좀 깁니다 음슴채 쓰겠습니다 부산 광안리 옆 아파트 사는데 스카에서 공부하다...
-
찌라시 찌라시 1
매해 나오는 얘기 아닌가요
-
봄이 와 0
꽃을 피우고 여름이 와 기억이 녹아 내려도 개 추워 시부레
-
내가 잘못 알고 있는겅가...
-
유체는 진짜 시도때도없이 볼지경인데 아직도 ㅈㄴ어렵고 단백질 강k 7회서...
-
존나 맛있음
-
님들 10
왜 안 자
-
이게 왜 달이 인격화된거죠 혼자 말거는거 아닌가요 달은 가만히 있었는데 달도...
-
수능 밤샘 0
오늘 밤새려고하는데 수능때 지장갈까요ㅔ
-
우하하 번장행이다 번장행
-
이제 잘까 5
-
역배로 갈지 정배로 갈지 항상 객관식 하나 정도는 거르는데 음..
-
지금시기엔 안들어오는데 맞는것같다
-
가나 지문 희망사항 12
쿤과 파이어아벤트 과학혁명
-
오빠 패션 어때 0
흑청+체커보드
-
이 새끼 1
맛있나요
-
싱숭생숭 하실텐데 모두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고 건투를 빕니다.
-
에이어가 지문 자체는 좀 더 어려운 느낌임 헤겔이 22수능때 나머지 괴랄한 문제랑...
-
생윤 벼락치기 해야하는데 인강들으면 완강도 못하고 수능장 갈 것 같아서 차라리...
저번 글도 그렇고 정말 잘 읽고 있습니다. 문제푸는데 급급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걸 파악하지 못하고 적당적당 넘어가는 일이 많은데, 깊이 있게 배우고 가요. 죽음이나 포위 같이 부정적인 상황에 처해도 극복하려는 시인과 장교가 참 멋지네요.
잘 공부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