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tHeWOrld [1218774]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4-10-28 04:45:08
조회수 5,155

인생 망한 재수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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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06(빠른) 재수생입니다.

작년 수능 때 1년을 어머니(분조장)와 사실상 싸우거나 화상 치료를 받으면서 보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저한테 화를 내시고 눈치 주시는게 일상이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서강대를 나와 10년째 무직이시고 친할아버지께서 집에 생활비를 주시고계십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매ㅊ을 하시다가 협박받고 경찰서를 들락날락한 사람이란걸 알게되었고 작년 초 아버지와 서로 주먹다짐을 했어서 아버지께는 투명인간 취급받고있었습니다.

쨋든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었지만 싸우고나면 몇주간은 우울해서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6월 쯤 사실상 공부를 놨고 싸우고 지치고 치료 받는걸 반복하다가 수능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성적은 57134 국어는 감으로, 수학은 개념한번 돌린게 다였어서 1페이지 빼고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깜빡하고 시계를 안챙겨갔지만 가져갔어도 별다른 일은 없었을거같네요.

그렇게 다른 친구들은 대학을 가거나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있는 기분이 들더군요.

이번년도 초에 우울함과 억울함에 못이겨서 제 인생 처음으로 방에 있는 벨트로 목을 졸라서 죽을려고 했습니다.

손으로는 벨트를 당겼지만 몸은 계속 발버둥 쳐서 그 소리를 듣고 어머니께서 허겁지겁 나오셔서 자기가 미안하다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다짐을 하시면서 막으시고 저는 그런 어머니를 믿으며 3월 쯤 한번 재수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나마 목표가 생겼습니다. 집을 나가는것.

친할아버지께서는 이런 저를 도와주신다고 발 벗고 나서셨습니다.

제가 그나마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독학 재수 학원값과 책값을 내주셨고 대학에 간다면 자취방을 구해주신다고 하셨고 저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열심히 다녔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이번에는 저를 도와주시겠다고 점심을 싸주시기도 했구요.

저는 어머니께서 이런걸 귀찮아하시는걸 알기에 밥도 그냥 밥에 냉동 닭가슴살, 샐러드 저녁으로 먹을 계란 2개만 싸달라고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5,6,7,8월 4개월 동안 다니며 하루 대략 12시간동안 공부했고 9모 성적은 34232로 올랐습니다.

독재에서는 어머니께 제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연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어머니도 자랑스러워 하신듯 보였고요.


그러나 8월 말에서 9월부터 어머니께서 제가 밥통을 식탁에 안올려놨다는 이유로 밥을 가끔씩 안싸주시기 시작했고 저는 나중에 실모나 책을 살려고 모은 돈을 빼와 편의점에서 라면이랑 삼김으로 떼웠습니다.

어머니한테는 용돈한푼 제대로 받아본적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1주일에 만원만 달라니까 2주를 안가더군요...

저녁 9시 반에서 아침 7시까지 주무시는 어머니께서는 식탁에 밥을 안올려놨다는 이유를 들면서 제가 나태하다며 모욕하시고 저한테 되려 화를 내셨습니다. 

저는 이 일이 참으면 별것도 아니라는걸 인지하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조절이 안되었습니다.

독재에서 공부할때면 아침에 들은 소리가 계속 머리에 맴돌고 작년에 있었던 일이 반복되는것 같아 짜증나고 예민해지더라구요.

그렇게 저도 더 이상 이런 취급받고는 못살겠어서 독재 가던 도중 집에 돌아와서 가방을 세게 내팽겨치고 우울감에 

다시 침대로 향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아예 밥을 안주시기 시작하시고 투명인간 취급하더군요. 

그렇게 정신을 놓았고 배고프면 냉장고를 뒤지거나 라면을 뿌숴먹고 밤낮 쉴새없이 먹어댔습니다.

살이 10kg가 불어났고 몸도 정신도 피폐해졌습니다. 

정신을 잠깐 차려도 더이상 공부하고싶지도, 무언갈 하고싶지도 않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뒤져버리겠다고 어머니께 카톡을 남기고 집을 나갔습니다.

그러더니 그제서야 미안하다며 대학 못 가도 된다고 저한테 20만원을 보내더군요.

저를 걱정해서 하신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대학을 가서 집을 벗어나려는게 제 꿈이였는데 그걸 방해하고는 못 가도 된다 이러는 게 마치 제가 여태껏 해온 노력마저 폄훼하는것 같았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미칠거같은 기분에 절 다시는 방해하지 말라고 어머니방에 칼을 꽂아놨습니다.

그걸 보더니 아예 아버지랑 집을 안들어오시기 시작했고 저는 죽을 자신은 없어서 계속 누워만 지냈습니다.

그렇게 10월 초에 부모님이 잠깐 들어오셨을 때 저는 화를 내봤습니다.

방에 있던 가방과 책들, 모의고사 시험지를 안방 앞으로 내던지고 어머니한테 화를 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뭐하냐고 다 방해하고 망치는데!!! 라고 반복해 말하면서 아버지 쪽을 봤더니 경찰에 신고하고 있더군요.

저는 그걸 보고 그냥 뒤져버리겠다고 방충망을 열고 뛰어내릴려고 달려갔고 아버지께서 달려와서 제가 왜 죽냐며 경찰이 올 때까지 절 넘어뜨리고는 팔과 머리를 눌러제압해 경찰들에게 넘겼고 저는 경찰들한테 제 상황을 털어놨습니다.

좀 꼰대같으신 경찰 한분은 그래도 부모님이라고 부모님 편을 계속 대주셨고 젊으신 경찰분들은 계속 제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하루동안 보호 조치를 받고 파출소에 앉아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들어오시더니 경찰들 앞에서 

공부하는게 관직이냐? 이러시며 제게 화를 내더군요.

자기 자신은 공부할 때 부모님으로부터 아예 아파트 제공받으며 공부에 관해서는 온갖 지원을 다 받으신 분 입에서 관직이란 말이 나오니 헛웃음이 나올 뻔 했습니다.

저는 경찰들에게 저사람 성범죄자이고 저는 성범죄자랑은 얘기 안한다고 말씀드렸고 경찰관 한분이 대신 전해주셔서 진정하신듯 보였습니다. 

전 그 후 귀가 조치를 받고 집에 돌아가 다시 침대에 누웠고 몇주가 지났습니다. 


그렇게 오늘 10월 28일이 되었습니다. 

마음 한번 다잡아 볼려고 스카에 왔고 8시가 되면 독재에 다시 가볼 생각입니다.

사실 멘탈도 약하고 뭐만하면 회피하려는 제게 좋은 미래는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도 17일 밖에 안남았고 제 성적은 더 떨어진게 체감이 되지만 오히려 제가 망해버리는게 부모님 소원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러 나오니까 그나마 버틸 수 있는것 같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걸 제 못난 글솜씨로 적으려다보니 글이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른 재수생, 현역분들은 이번에 꼭 원하시는 대학 가시길 바랍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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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원의11번째머리카락 · 1174969 · 8시간 전 · MS 2022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 ROCKtHeWOrld · 1218774 · 8시간 전 · MS 2023 (수정됨)

    응원 감사합니다..;-;

  • 설경제호소인 · 1231687 · 7시간 전 · MS 2023

    응원합니다

  • DER ZAUBERBERG · 1338040 · 7시간 전 · MS 2024

    꼭 이겨냅시다
  • 먐먐밈 · 1335176 · 7시간 전 · MS 2024 (수정됨)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요 !!

  • Qdaayyy · 1237387 · 7시간 전 · MS 2023

    아무도 망했다고 생각 안할거같은데요… 힘든시간일텐데 꿋꿋하게 공부하려는 모습이 오히려 멋있고 대단해요 화이팅!

  • my120percent · 1249013 · 7시간 전 · MS 2023

    힘내세요

  • Ka so JK · 1219869 · 7시간 전 · MS 2023

  • 김 세 정 · 1240558 · 7시간 전 · MS 2023

    꼭 잘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 눈알세개 · 1334087 · 7시간 전 · MS 2024

  • 먐뮴먐 · 1312798 · 7시간 전 · MS 2024

    힘내세요 좋은결과 있을꺼에요!

  • beungnis · 1222721 · 7시간 전 · MS 2023

    님 부모님한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세요
  • 나눔05 · 1218770 · 7시간 전 · MS 2023

    꿋꿋하게 잘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어두운 터널이 지나고 꼭 좋은 일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힘내세요!

  • 경희의 아이 · 1340470 · 6시간 전 · MS 2024

    상황에는 매우 공감하나 나이도 어린 녀석이 무슨 벌써부터 인생이 망해 그런말 한번만 더하면 형한테 혼난다

  • 하냥대24학번이나경 · 1246429 · 6시간 전 · MS 2023

    힘든환경인데 성적올리신건 진짜 대단하시네요..

  • 당근문토끼 · 1063743 · 6시간 전 · MS 2021

    멋져요
  • 체대입띠땡 · 1340698 · 6시간 전 · MS 2024

    ㅠㅠㅜㅜㅠㅜㅜ 힘내세요 응원할게요 화이팅!!!!!!
  • 힘내줘요 · 1091957 · 6시간 전 · MS 2021

    마인드 정말 멋집니다

  • 정희사랑 · 1020027 · 5시간 전 · MS 2020

    독립해서 혼자 맘 편히 일하고 공부도 하세요.

  • 뭉탱이 · 1203276 · 5시간 전 · MS 2022

    심한말 마렵지만 힘내십쇼

  • 테드ㅇ3ㅇ · 1267153 · 4시간 전 · MS 2023

    아버지 낯짝한번보고싶네요
    부끄러운 동문이로고

  • Bomb을 고하다 · 1161681 · 4시간 전 · MS 2022

    할아버지댁에서 생활하면 안되나요? 거기서 잠 자고 밥 나오는 독재 학원 가면 좋을것 같은데

  • 98까지한걸음 · 1340792 · 3시간 전 · MS 2024

    이런 상황에서도 공부하시다니... 존경합니다..!! 힘내세요.!.!

  • 오리가칼들고협박. · 1054033 · 3시간 전 · MS 2021

    앞으로 행복할 일만 남았는데 뭐가 망했습니까
    정말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 안 하고 노력한다는 거
    그거부터 글쓴이분은 진짜 대단한 겁니다
    이번 수능 꼭 잘 보셨으면 좋겠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 실모의익힘정도 · 1333981 · 3시간 전 · MS 2024

    목표만 생각하고 다른 생각은 미뤄둡시다 그 후엔 다 괜찮아질 거에요

  • 재밌는수능놀이 · 1148206 · 3시간 전 · MS 2022

    다 지나간다 힘내라 지금 제일 힘든 구간 지나고 있어서 그래. 인생 전체가 망한거 절대 아니야 잠시 힘든 구간이 있는것뿐

  • 귀린 · 877588 · 2시간 전 · MS 2019

    실패를 말하기에
    자네는 너무 젊다네

  • 다시태어나고파 · 1238227 · 2시간 전 · MS 2023 (수정됨)

    내가 살고싶은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주변에 휘둘려 내 삶을 팽개치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수능이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부모가 인생 전부도 아닙니다. 나를 위해 내가 원하고 꿈꾸던 삶을 살아보세요. 내 삶의 지배력을 타인에게 양도하지 마시고 내가 움켜잡고 가는 겁니다. 내일을 숙제처럼 떠안지 마시고 오늘 밝고 찬란한 하루를 살아보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다음날 다시 눈을 뜨면 또 밝고 찬란한 하루를 사시고......그렇게 매일매일 이어가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일 겁니다. 지금부터 오늘 이 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겁니다.
    수능이 어떻게 될까 그 후엔 어떻게 될까 겁 먹지 마시고 맘껏 웃으며 지금 내가 지나가는 이 시간에 충실하게.

  • 양반이씨 · 950794 · 1시간 전 · MS 2020

    17일 3개년 기출 5회독만 진득하게 하고 들어가자.

    그리고 그 이후 부모랑은 그냥 연 끊고

    또, 지금 너 자신을 위해 공부하지 말고 널 믿어준 할아버지를 위해서 17일만 참고 열심히 해보자 성적 오른다

    결과를 떠나서 17일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면 이건 너의 인생에 있어서 큰자산이다

    어려운 생활을 통해 서사는 만들어졌고 이걸로 성공할 일만 남았다

    이후 나도 이런 상황이였지만 결국 성공했다고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다

    힘내보자 친구

    남자는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줄 알아야 한다

  • 시립대 드가자 · 1245790 · 1시간 전 · MS 2023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가로수그늘 아래 서면 · 962501 · 1시간 전 · MS 2020

    상황이 너무 슬프네요.
    내가 선택해서 세상에 나온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맘대로 죽을 수도 없는지라 정말 죽지못해 산다는 사실이 참 억울하죠..
    다 지나갈 것이다, 잘될 것이다, 자양분이다, 힘내라 하는 얘기도 전혀 와닿지 않을 것이고요.
    애초에 이런 말들은 지나간 후에나 속편히 할 수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당장 지금의 자신이 버틸 수 없을정도로 힘든데요.
    인생이 망했다라, 지금 시점에서 자신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게 맞습니다.
    이것을 굳이 다른 사람들의 댓글로 인해 부정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당신 입장에서 누구보다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이 스스로인건 당연하니깐요.
    제가 굳이 말을 한마디 얹어보자면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는다란, 저도 지금 계속해서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 있지만, 결국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놓아버리는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에게 집중하셨으면 좋겠어요. 본인을 위해서니깐요. 그리고 본인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 대로 행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벨트 관련 언급하신 부분에서 많이 찡했습니다.. 얼마나 세상으로 인해 받게되고 들게된 생각으로, 그것이 자기로부터의 생각이라고까지 생각하면서 그런 부조화로 삶을 끝내려고 하는데, 정작 몸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다니 얼마나 우스운 삶이라고 느끼실지요.
    저는 그럴 때마다 최대한 모든 것을 놓으려고 했어요. 설령 죽고 싶더라도, 그런 생각에 어떤 의미부여도 않고 의미부여를 않기 위한 무엇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마음으로요.
    저는 그렇게 해서 자신도 모르는 제 자신의 진짜 목소리에 대해 알아가게 된 것 같습니다.
    죽음, 삶, 공부, 의지, 노력, 운, 세상, 사람, 가족, 사건 등에 대한 진정한 제 생각을요.
    여기서 제 답을 말씀드리거나 어떤 방향으로 종용하진 않겠습니다만 그러한 진솔한 자신을 찾는 과정에선 분명 무언가 얻는게 있을거라 믿습니다.
    가령, 작성자분께서 한동안 놓으셨다가 공부를 시작하신 것도 비슷하고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어떤 계기나 촉발시킨 내면의 무언가가 있을겁니다. 그런 것들을 찾아가셨으면 합니다.
    우울해도 그냥 우울한대로, 비참해도 그냥 비참한대로, 갑자기 뭔갈 하고싶으면 그렇게 하고싶은대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타인이기에 그냥 흘려넘기셔도 되구요.

  • 최후의 수능 · 1262879 · 43분 전 · MS 2023

    힘내세요
    응원하겠습니다.

  • Let's Be · 1266959 · 25분 전 · MS 2023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낭만현역6논술러 · 1294754 · 25분 전 · MS 2024

    영웅은 서사 없이는 탄생하지 않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 mayday · 1115924 · 14분 전 · MS 2021

    부모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믿고 응원해준 친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또 자신을 위해서라도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