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좋은건빵 [641019] · MS 2016 · 쪽지

2016-04-13 16: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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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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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종반에서 늦게까지 자습을 하고 있으니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한 순간임을 느낀다. 혹시 '뭐지 저 미친놈은' 이라고 생각 하는 사람이 있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나는 공부를 하는 그 순간에도, 오르비에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지금 내

가 정말 행복한 시간 속에 있다는걸 느낀다. 뭐랄까? 수능을 망치고 제발 시간을 1년 전으로 돌려

달라고 하늘에 외치고 다시 눈을 떠보니 시간이 1년 전으로 되돌아가 있는, 바로 그 소중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 수능을 망치고 오만과 객기로 가득찬, 이젠 하등 쓸데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진 5장의 수시 지원서를 앞에두고 무의미한 수시 정시 발표를 희망없이 기다리는

 그 시간. 수시 정시 발표가 끝나고 학교 졸업식 까지의 그 공허한 시간을 하루 하루 컴퓨터 앞

에서, 침대 위에서 송장처럼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는, 꿈을 잃어버린 나 자신을 돌아보며 느꼈던

 그 생생한 감정이 아직도 내 머릿속 깊숙히 똬리를 틀고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듯 

하다. 
 


고등학교 3학년, 6월 성적이 못 나와도 슬프지 않았던 것 같다. 설사 순간의 슬픔이 있었다 하더

라도 당시 내가 품고 있었던 희망에 의식할 새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나는 내가 지금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자신감이 충만했다. 걸레로 닦인 마룻바닥 위에 남은 물방을들처럼 점

수가 아닌 문제에 대한, 미쳐 희망에 닦이지 못한 잔 걱정들은 학교 앞 정원의 따스한 햇살에,

른 잔디 위에서 친구들과 풋살을 하면서 어느새 습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9월 모평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았다. 당시 나는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오른 국어의 비약적인 성적

 향상에 취해 4등급으로 떨어져 영어와 같은 위치에 놓인, 평소 그래도 나름 자신있어 했던 수학

 성적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항상 같은 자리를 유지하는 영어 성적에 대해선 ebs족집게 인

강 에 대한 믿음으로 비관은 커녕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모습이 위태로워 보이셨는지 부모

님께서 2달전 붙여 주신 과탐 과외에도 불구하고 그대로인 과탐 성적에 대해선 그 동안 개념만 다

졌지 문제 풀이를 통한 실전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위할 뿐이였다. 



나는 수능 당일 까지 나 자신에 대한 내 죄를 뉘우치지 못했다. 이 죄라는 것은 단순히 '나 자신

을 과대평가 했었다.' 라는 깨달음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의 범주를 한참 넘어서는 것이였다. 아

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책을 보지 않고서는 그 안의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인데, 나는 도대체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낸 것인가? 



앞으로 7개월 동안 그때의 공허함, 후회의 감정을 지금처럼 잊지 않기를 나 스스로에게 바란다. 

나 자신에게 기대를 걸 때에는 다른 사람의 보장 따위는 하등 쓸모없음을, 오로지 자신의 쌓아온 

노력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에서라도 깨달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바람 한점에 한줌의

 재처럼 한순간 흩날려 사라져버릴 희망과 작은 발울림에 쓰러져 버릴 모래위 막대기 같은 기대

가 아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라지고 쓰러지지 않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들에게 떳떳하게 설

명할 수 있는, 나의 노력이라는 탄탄한 토대 위에 세워진 기대를 가지고 수능 시험에 임하고 싶다.



다른 재수 n수 분들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수능 시험을 치뤄 성공 하시

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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