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전히, 나는 아직도. (새벽감성주의)
게시글 주소: https://d.orbi.kr/00012261727
(+일기체 주의)
오랜만에 고등학생때 다녔던 학원친구들과 만났다.
내가 다녔던 학원은
동네학원 치고는 굉장한 규모를 자랑하던 곳이었는데
학원 건물만 세개였고 학원생수가 6-700명에 육박했었다.
반을 a,b,c로 나눠 실력별로 수업을 했었는데
우리는 s반이였다.
고3에만 존재하는 반이었고
수십명씩인 a,b,c반과 달리 10명 미만의 소수정예반이었다.
(s가 서울대인지 소수정예인지 스페셜인지 슈퍼인지 슈프림인지 의견이 분분했다ㅋㅋ)
우리의 첫 만남은 그 전이었지만, 친분은 s반에서부터 생겼다.
당연히 과목별로 s반이 있었고,
또 당연하게도 과목별 s반은 인원이 많이 겹쳤다.
학원이 운영하는 독서실이 같은 건물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 6명은 새벽까지 같이 공부하며 굉장히 친해졌고
수능 D-100일주를 새벽에 독서실에서 몰래 마시면서는
(독서실에 우리밖에 없었다)
대학에 가도 우정 변치 말자는 낯간지러운 약속도 했었다.
당연히 대학도 다들 잘 갔다.
서울대,포항공대,연세대,이화여대,육군사관학교..
나는 혼자 재수를 하게 된다.
입시는 끝났고, 입학은 없었다.
대학에 가도 변치 말자는 우정은
대학에 못 가게 되면서
아무 의미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재수를 하고 그럭저럭 학교를 들어갔고
바로 군대를 갔다온 요즘 나는,
다시 입학을 준비한다.
그러던 와중에 가장 친했던 아이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웃으며 나가겠다고 했지만 썩 달갑지는 않았다.
가고싶은 학교, 가고싶은 학과가 같아서
꼭 같이 그 학교 그 학과에 가자던
그 아이는
혼자 서울대 경제학과에 갔다.
기분이 씁쓸했다.
씁쓸한 기분을 안고 갔던 그 자리는
생각보다 즐거웠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에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하며
알코올의 힘까지 더해져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했다.
정말 많은 얘기를 했는데
가장 친했던 그 녀석은 코앞까지 다가온 졸업에
고민이 많아보였다.
휴학을 하고 고시준비를 해볼까 한다는 녀석의 말을 들으며
나는 문득 초라해져 버리고 말았다.
너무 멀게 느껴지는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늦게 시작한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길래 너라면 잘 할 거라는
심심한 응원을 해 줬다.
어느 때는 섬뜩하다.
친구는 졸업을 고민하고,
나는 입학을 갈망한다.
너는 여전히 나아가는 중인데,
나는 아직도 과거에 멈춰있다.
입시판의 망령이 된 기분이다.
삶이 버겁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수험생 좋아하면 5
저는 학원 조교고 그분은 N수생이고요.. 동갑이고요... 너무 맘에 드는데요......
-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
마음만 먹으면 연상도 연하도 마음껏 사귀잖음
-
상대의 어떤점이 싫은데 학벌 때문에, 돈때문에 참는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어떤점을...
-
백마탄 연상의 공주님이 나타나서 20대에 결혼하면 좋겠음 2
난 이런 점이 있는데 괜찮나요 해도 공주님이 괜찮다고 하시고 나만큼은 아니라도...
-
수준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은 학교에 끌리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음 1
자격지심이 들까봐 자기보다 평판이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을 꺼리는 여자, 남자는 있지만.
-
저는 지금까지 민번이 2인분이랑만 해봤었는데요. 25만덕 주시면 민번이...
-
요즘 김부선씨를 보니 생각이 나네요. 간통 관련 수사의 달인인 은퇴 형사가 쓴 책에...
-
. 0
.
-
kiss부터 시작해서 ❤경험 어떻게 할지 철칙 다 정해놨는데 9
사람이 없어요 ㅜ.ㅜ
-
공부를 잘하면, 조건만 낮추면 얼마든지 연애 가능하다 봐요. 5
그런데 난 그 조건에 안끌리고 '여친'으로 끌리지도 않는 사람이랑 친구삼겠다고 또는...
-
똑똑한 사람에만 끌리는 인텔리섹슈얼(intellisexual) 이신분? 6
똑똑하지 않고 평범한 여성한텐 예뻐서 너무 부럽다, 여자인 친구가 되면 좋겠단...
-
휴르비합니다 19
어벤져스 스포를 방지하기 위하여 무려 하루동안이나 휴르비를 합니다. 목요일에 볼거자너
-
이번에 어느 장면에 나올까 ㅎㅎ 찾는거 꿀잼이자너
-
너와의 미묘한 스킨십에 내가 너무 설렌다.. 다정한 너의 눈빛.. 너에게 나는 그냥...
-
1. 강의 듣다가 갑자기 "교수님, 잠시만요!" 라며 고백한다. 2. 고민이 있다며...
-
안녕하세요! 영어강사 이상인입니다! 우리 수험생들~요즘 입시때문에 많이들 정신없고...
-
찐한 사랑 해보고 싶다 17
짝사랑이든 뭐든 누군가를 찐하게 사랑해보고 싶다!! 오르비에 올라오는 사랑 관련...
-
제가 몇년전 오르비에서 본 글인데..지금은 찾을 수 없어 혹시 아시는 분들이...
-
로샤님 책을 방금 받아보았습니다 뽁뽁이포장에 널널한 박스까지ㅠㅠ 책 나눔해주신것도...
-
사랑 그 설레임 1
그 설레임을 느끼고 싶네요 ㅜ요즘 공부 할때 잡생각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여자에...
-
고요한 밤에 혼자서 보고있는데 꿈꾸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귀신나와서 엄청난 고성의...
-
마음 밭에 사랑을 심으세요.그것이 자라나서 행운의 꽃을 피우니까요. 세상을 향해...
-
♡ 0
밤바바바밤
필력..ㄷㄷ
필력 ㄷㄷㄷㄷ
잘되실거에요 백년사는데 고작 몇년이 대수인가요
몇년으로 수십년을 바꾸는게 그야말로 창조경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