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44편 - 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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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잘 아시다시피 저는 공학도입니다. 공학도가 전쟁사를 왜 공부해? 라고 한다면 아주 쉽게 답할 수 있습니다. 전쟁사, 병기개발사는 공학의 발전사와 상당부분 교집합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인간의 철학, 심리, 사회학, 문화 예술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 방대한 역사 속에서도 특히 전쟁사는 공학과도 매우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당장 저희 학과 교수님의 연구 주제는 '아이언맨'입니다. 엑소슈트, 강화외골격이라고 해서 사람이 적은 힘으로 무거운 짐을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들 수 있게 만드는 분야입니다. 물론 앞으로 시대가 지나면 나중에는 진짜 아이언맨까지 도달하리라 상상합니다.
다양한 소자, 특히 흥미롭게도 탄소나노튜브, 실크, 아크릴, 대나무 섬유, 낚시줄(나일론 섬유 등)!!!! 로도 '인공근육'이라는 것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무려 인간 힘의 40배를 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효율이 제트엔진 수준이라고도 들어보았습니다.
https://m.blog.naver.com/tech-plus/221583777454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점점 미군이 활동할 수 있는 작전 지역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여태 미군은 막대한 항공능력, 항공보급능력을 통해서 각지 어느 지역에서도 대규모 군을 운용할 수 있었는데, 최근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병사들을 위한 보급, 특히 물 부족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수분 증발 방지 크림이라던지 다양한 물건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병사들을 위한 막대한 양의 물을 보급하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 마치 영화 <듄>에서 사막전사들이 입고 나온 슈트처럼 극도로 물을 아낄 수 있는 장치도 아마 나중에는 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인간 육체의 한계로 군사 활동이 지장을 받으면서 인공근육, 엑소슈트 등을 개발해서 초인적인 힘과 지구력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장비가 개발 중입니다.
각설하고, 이 외에도 전쟁사에서 탄도학이나 병기공학, 재료공학은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최근 개발되는 탱크는 복합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서 단순히 같은 두께의 강철보다 더 높은 방호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무겁기만한 소재보다는 합금 소재를 적절히 사용하여 최대한 무게를 낮추어 빠르고 효율 높은 차량을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으로 도입되는 미국산 F-35 시리즈는 현대 최강의 전투기 중 하나이며, 이 전투기 기종이 마지막으로 인간이 직접 조종하는 공군기가 될 것이라고 미국이 못을 박아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다음 세대의 전투기부터는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조종한다는 것이죠. 나중에는 스타크래프트의 캐리어를 실제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길을 쉽게 안내받는 네비게이션은 과거 군사 위성기술, GPS 기술로부터 민간으로 확장된 기술입니다. 원래는 모두 군용으로 개발되었으나 그 효용성이 높아서 지금은 보편화되어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죠. 우리가 물리2에서 배우는 포물선 운동 역시 과거 탄도학으로부터 파생된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각도로 포를 쏴야 제일 멀리 잘 맞을까? 하는 궁금증을 수학적으로 풀기 위해서 고안된 것입니다.
이처럼 병기 공학은 모든 공학의 첨단이라고 볼 수 있으며, 군이 사용하는 위성, 슈퍼컴퓨터, 다양한 전자 장비나 위의 엑소 슈트처럼 뛰어난 기술들은 여러 공학의 조화로운 오케스트라이자 첨단을 달리하는 분야입니다.
나중에는 단순히 조종석에 인간 대신 컴퓨터가 앉아있는 것에 더 나아가서, 여러 무인기를 동시에 통솔하며 더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작전을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거 완전 우리가 스타크래프트에서 보던 캐리어 아닌가요?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684100014&ctcd=C02
과거에도 이런 병기들에는 당시 최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예컨데 고구려의 경우 당시 철이 많이 생산되었으며 주조, 재련 기술의 발달 덕에 굉장히 튼튼한 갑옷을 개발할 수 있었고 이는 전설적인 개마무사의 기반이기도 했습니다. 당대의 중국의 갑옷은 화살에 뚫려버리는 반에 고구려의 갑옷은 현대에서 그대로 재현해서 활을 쏘아보니, 다 튕겨내버렸다고 합니다.
고려, 조선때 쓰던 한국의 국궁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듭니다. 단순히 긴 작대기에 실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물소 뿔처럼 탄성이 강한 재질과 다양한 나무를 섞어서 작은 부피로도 강력한 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활을 만들면서 실이 닿는 끝 부분을 일부러 불로 달구면서 한번 더 꺽었는데, 이것 덕분에 평범한 활보다 더 우수한 장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판옥선 또한 이전 게시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선이 임진왜란에서 재해권을 장악할 수 있는 핵심 원동력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의 고위 관리가 '마치 큰 성이 바다에 떠다니느 것 같다'라고 표현할 만큼 높았으며 단단한 소나무를 쓴 덕에 가볍고 빠른 일본 왜선을 그대로 들이 박아서 박살낼 수 있었습니다. 일본군은 화약무기로 조총이 있었으나 반대로 조선은 개인 화기보다는 강력한 대포를 사용해서 조총의 사거리 밖에서도 일본 선단을 일방적으로 두들길 수 있었습니다.
국궁은 지금의 관점에서 바라보더라도 다양한 소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제작법이 복잡하여 감탄을 자아냅니다. 딱 봐도 고도의 기술력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444836
공학 분야 중에서도 '산업공학'은 공학의 경영학으로 불립니다. 대체적으로 프로그래밍, 통계학을 중점으로 배우며 어떻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량의 물건들을 배치하고 생산하며 싸게 만들어서 대중에게 공급할까를 고민하는 분야입니다. 이런 산업공학은 2차 세계대전으로 시작된 분야입니다.
1차 대전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명과 물자가 동원된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게 많은 보급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선 부대에 분배하고 적정 시기에 보급할 것이가?' 였습니다. 앞서 전쟁사 게시물에서 소개한 것처럼 태평양 전쟁만 보아도 미군과 일본군은 격렬한 소모전을 펼쳤고, 그 많은 보병들에게 적절한 무기와 식량, 탄약, 전차, 장비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가는 매우 큰 고민이었습니다.
미국의 생산력을 월등했으나 이 많은 물건들을 얼마나 어디에 보급해야 병사들이 최대한 잘 활용하고 써먹을 수 있는가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곧 산업공학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류와 유통에서 손실이나 낭비 없이 적은 비용으로 딱 적합하게 공급하는가는 지금 우리 시대에서도 가장 중요한 고민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권총'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를 지어보겠습니다.
한국 일반인에게 가장 대중적이고 들어본 적이 있는 총기가 바로 리볼버와 글록일 것입니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 사용하기도 했었고, 그 외에 특수부대가 나오는 영화에서 글록은 굉장히 자주 등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PdJNNLkn94&ab_channel=%EA%B1%B4%EB%93%A4%EA%B1%B4%EB%93%A4
단순하고 투박한 생김새 때문에 '오스트리아산 벽돌'이라고 불리는 이 글록은 현대 자동권총의 한 획을 그은 명작입니다. 매우 뛰어난 안정성과 가벼운 무게, 대중적인 인지도로 인해서 특수부대나 FBI에서도 사용하며 제가 취미로 하는 에어소프트건에서도 글록은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제품입니다.
이런 권총, 핸드건의 역사도 혹시 관심이 있다면 한번 찾아보길 바랍니다. 권총이라는 것은 본디 작게 만들었기에 그 태생적 한계가 뚜렷합니다. 주무장으로 쓰는 라이플에 비해서 크기를 축소했기 때문에 안정성과 신뢰성 등에서 다양한 문제가 있습니다.
권총 오발사고는 매우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안전장치가 없던 구식 권총은 단순히 장전된 상태에서 떨어뜨리기만 해도 발사가 될 정도로 위험했습니다. 또한 내구성도 별로라서 쉽게 망가지거나, 또는 부품수가 너무 많아서 그 사이에 먼지가 끼는 등의 이슈로 격발 불량이 되는 것도 잦았습니다.
하지만 글록 시리즈는 이런 다양한 문제점을 극복하여 현대 권총 개발의 획기적인 역사를 새로 쓴 유명한 친구입니다.
당시 제식권총 사업 때 오스트리아 군은 최소한의 부품이 사용되는 권총을 요구했고, 글록은 과감하게 필요한 부분만 빼고 생략하면서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목표를 달성합니다.
https://arca.live/b/airsoft2077/23330630?p=1
당시 권총들은 바깥쪽 뒤에 있는 공이 부분(그 리볼버의 맨 뒤에 뾰족한 부분같은)으로 인해서 따로 부품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글록은 거추장스럽게 외부에 돌출된 공이를 내부로 집어넣고 좀 더 단순한 방법을 채택하여 쓸데없이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것을 줄였습니다.
또한 당시 총기들은 대부분 통짜 금속으로 만들어졌기에 매우 무거웠습니다. 금속이 많으면 우선 무게가 무거워지며 동시에 관리가 까다로워집니다. 녹이 슬거나 마모로 인해서 성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록이 최초는 아니지만, 당시 글록은 최신 기술이던 폴리머(플라스틱) 기술을 활용하여 손잡이 부분을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합니다. 이로 인해서 가격과 무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합니다.
또한 글록은 매우 선진적인 트리거 세이프티(안정장치)를 넣었는데, 위의 글록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당기는 트리거 부분이 살짝 이상하게 생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권총은 딱 트리거가 하나만 있어서 매끈하게 생겼는데, 글록은 트리거 속에 좀 더 앞으로 튀어나온 중앙 부분이 있습니다.
아까 권총이 오발사고가 잦다고 했었죠? 그 이유는 충격 때문입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권총 자체의 무게로 인한 운동에너지 때문에 가벼운 트리거 부분이 움직여서 멋대로 발사가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록은 그 특유의 트리거 세이프티를 적용한 덕에 아무리 떨어져도 자기 혼자 오발사고를 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인위적으로 글록을 가지고 망치질을 해서 트리거를 자극해도 절대 발사가 되지 않습니다. 글록의 트리거는 유일하게 인간의 손가락이 정상적으로 트리거를 당길 때만 안전장치가 풀리면서 격발이 됩니다.
저기 이상하게 생긴 트리거 부분이 잘 보이나요? 저 단순한 장치로 인해서 글록은 오발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입니다. 해당 사진은 글록의 다양한 파생형 중, 크기를 간소화한 글록 26 버젼입니다.
글록 이전에는 군경이 통짜 금속으로 된 권총에 익숙했기에 글록을 보고 오스트리아산 벽돌, 플라스틱 덩어리로 비하했으나 막상 테스트를 해보니 내구성부터 무게, 가격, 안정성 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병기의 안정성은 생명입니다. 돌발 상황에서 권총을 꺼냈는데 격발이 안되면 해당 군경이 상대편의 총에 맞고 가는거죠.
실제로 이 글록을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바닷물에 오래 넣어서 부식시키거나, 진흙탕을 뒹굴게해서 이물질이 묻게 하거나, 심지어 글록에 권총 사격까지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록은 멀쩡하게 잘 작동했다고.... 합니다.
이 획기적인 권총은 단순히 뛰어난 설계뿐만 아니라, 폴리머라는 신소재를 활용했으며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대량 생산이 쉬워서 가격까지 저렴했습니다. 그러니까 군경이 이걸 안쓰고 배길 수 있나요. 현재도 특수부대에서도 사용되며 대표적으로 FBI는 글록 23 버전을 사용 중입니다. 글록이 워낙 좋다보니 17, 19, 18c, 22, 23, 26, 34, 45 등등 다양한 버전으로 다른 탄을 쓰거나 크기가 다른 종류로도 파생되었습니다.
결국 호기심이 많던 제가 공학도의 길을 선택한 것도, 이런 전쟁사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거꾸로일 수도 있겠네요.
이처럼 병기개발사, 병기공학은 공학도에게 매우 신선한 자극을 주는 재밌는 분야입니다. 당장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애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기초적인 컴퓨터였습니다. 앞으로도 공학의 첨단 기술은 군용으로 먼저 사용되다가 민간으로 내려와 사람들을 더욱 더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전쟁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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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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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국비> 광고를 좀 하겠습니다.
최근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저는 제가 쓴 전자책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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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ocs.orbi.kr/docs/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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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도 센츄닷 9
센츄 ㅠㅠ 이제달리는군요
너무 조아용
와 세상에 이런 전쟁사 모음이 완전 좋아하는데